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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베트남 국적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A(40)씨는 전남 한 조선소에서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일당 13만원에 계약, 근무했다. 근무 초기 일당을 잘 지급하던 업체는 10월 7일 분의 일당을 체불하더니 11월에는 일당과 특근 수당 등 600여 만원을 밀렸다. 12월 역시 한달 전체 임금에 맞먹는 350여 만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2. 캄보디아 국적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B(46)씨는 2019년 1월 전남 지역 조선업 관련 회사에 취업한 후 지난해 7월 퇴사했다. B씨는 입사 당시부터 자신이 퇴직금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다 뒤늦게 파악하고 법률 자문을 구했다. 하지만 불법 체류자 신분이라 퇴직금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출국할 수 밖에 없었다.
#3. 베트남 출신의 결혼이민여성 C(34)씨는 3년간 한 회사에서 근무했지만, 매월 임금을 입금하는 회사 명칭이 달랐다. 별다른 생각 없이 받아야 할 임금만 확인하던 C씨는 1년 이상 근무하면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뒤늦게 이주민지원센터에 상담을 요청했다.
전남지역 외국인 노동자 상당수가 미등록이주노동자라는 점 때문에 체불된 임금이나 퇴직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미등록이주노동자 규모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아 얼마나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임금 등을 제대로 받지 못한지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22일 전남도와 전남이주민통합지원센터, 광양외국인노동자센터 등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상담을 시작한 2곳의 상담센터는 2020년 1천969건의 상담을 했고 지난해에는 2천717건의 상담을 진행했다.
올해는 지난 6월까지 1천563건의 상담 건수를 기록했다.
6천249건의 상담 중 임금체불 1천204건, 사업장 변경, 280건, 산재 관련 772건, 출입국 관련 933건으로 임금이나 퇴직금 미수령 관련 상담이 3천189건에 이르렀다.
이주노동자들의 상담 사례를 살펴보면, 근무처를 옮기고 싶다는 사업장 변경 상담 대부분은 밀린 임금을 요구하면 신고해 출국할까 두려워 말하지 못했다는 내용이었다.
산재 관련 상담 역시 이주노동자가 부상 등 치료를 요청할 경우 관계 기관이 알게 돼 한국을 떠나게 될 상황을 걱정하는 사례가 상당수였다.
실제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체불된 임금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동료가 잡혀가는 사례를 접하면서 '나도 잡혀갈 수 있다'는 두려움에 신고를 꺼리고, 사업주는 이를 악용하고 있다.
또 채용 과정에서 '1년 이상 근무할 경우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도 전달받지 못하지만, 사업주들은 '알려줬는데, 한국말이 미숙해 이해 못 한 것'이라고 발뺌하는 경우도 있다. 퇴직금 관련 보험을 의무가입해야 하는 규모의 회사들은 이주노동자들의 보험을 가입하지 않은 채 임금만 지급하고 퇴직금은 정산하지 않는 사례도 파악됐다.
전남이주민통합지원센터는 최근 2년 넘게 임금을 받지 못한 A씨가 체불임금(1천만 원)을 받도록 지원했다. 광양외국인노동자센터에서는 절단기에 손목을 크게 다친 외국인 노동자도 산재 처리를 받도록 도움을 줬다.
조학주 전남이주민통합지원센터 팀장은 "임금체불 사유 상당수가 이주노동자의 신분상 취약성을 이용해 고의로 임금을 적게 지급하거나 체불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며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거나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정보도 알려주지 않는 것은 물론 가산수당과 연차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업자도 있다"고 설명했다.
선정태기자 wordflow@mdilbo.com